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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화 1개월 내재변동성 역대 최고
"패러다임 전환" vs. "임기응변 끝판왕"터키 리라화©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터키 리라화가 이틀 연속 요동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약속한 리라화 예금 보호조치에 대한 평가 역시 오락가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원했던 안정적 환율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리라화

21일(현지시간) 리라화는 장중 8.6% 급락했다가 최대 18.5% 폭등하며 전날처럼 요동쳤다. 전날 리라화는 11% 폭락했다가 금융업무가 종료된 이후 25% 폭등하는 등 진자의 추처럼 극단을 오갔다. 리라화의 등락 기대를 보여주는 1개월 내재변동성은 역대 최고로 뛰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예금보호 조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날 금융업무가 종료되는 오후 시간대 달러/리라 환율(리라화 가치와 반대)은 7% 하락한 12.230리라 수준으로 움직였다. 하루 환율 움직임만 보면 당장은 리라화 가치의 추락세가 진정된 분위기다. 전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예금보호 약속에 대한 구체적 방법이 공개됐다.

터키 재무부는 새로운 조치가 최소 3개월 유지해야 하는 특별 "환율보호" 계좌운영을 주요 골자로 한다고 밝혔다. 이 계좌를 개설하고 해지하는 기간 사이에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면 정부가 그만큼을 보전한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설명에 따르면 이 특별계좌는 다음과 같이 운영된다. 터키 국민이라면 누구나 전국 상업은행에서 3개월, 6개월, 12개월 등 일정 기간 동안 리라화를 예치할 수 있고, 예치금리는 중앙은행이 정하는 정책 기준금리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의무 예치기간이 끝나 만기 때 환율 격차를 정부가 채워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라화가 1년 사이 달러 대비 25% 떨어지면 현재 정책금리 14%와의 격차 9%포인트(p)를 나라에서 보전해준다.

터키 중앙은행은 "외국환 예금계좌를 가지고 터키에 거주하는 진짜 사람들이라면 예금을 리라화로 바꾸면 이번 인센티브 정책에 혜택을 받기 적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터키 현지인들은 예금액 절반 이상을 외국환과 금으로 보유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리라화 절하로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이 떨어진 탓이다.

◇"패러다임 전환 vs. 임기응변 끝판왕"

이번 리라화 예금보호 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터키 대통령궁의 세밀 에르템 고문은 로이터에 이번 조치가 개인 투자자들의 달러 필요성을 없애줬다며 터키 경제에 "매우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극찬했다. 실제 이번 조치가 나온 20일 늦은 오후 리라화는 25% 폭등하며 역대 최대폭으로 날았다.

이번 조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율을 되찾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금리 혹은 자본통제 저항 없이 일반 터키국민에게 일종의 안도감을 제공할 수 있다고 WSJ는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안정적 환율 관리라는 목표와 달리 위험하다고 이코노미스트들과 투자자들은 지적한다. 또, 장기적으로 이번 정책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 조치가 없다. 결국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내거나 막대한 국채 발행 이외에 뾰족수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스탄불 카디르해스 대학의 알프 에린 엘덴 경제학 교수는 "임기응변의 끝판왕"이라고 힐난했다.

또, 이번 조치는 추락하는 리라화를 떠받친다는 점에서 저금리를 통한 수출 강화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의와 정면에서 배치된다. 게다가 리라화의 추락을 단기적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리라화 약세의 추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금리를 올린다고 공표하지 않고 예금 금리를 간접적으로 올린 것이라고 MUFG의 리 하드만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그는 "결국 리라화의 장기적 하락 추세는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